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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먼리가] 01. 세상에게 날리는 엿가락 같은 영화, 미스리틀선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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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oke 2020. 8. 3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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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보다는 먼 리뷰보다는 가까운] 컨텐츠에 온 것을 환영한다. 나의 최애 영화를 소개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우울할때 보거나 심심하면 보는 영화다. 봤던 영화를 다시 또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러한 영화들을 중점에 두고 얘기해보려한다. 아 참 스포가 있다. 스포일러에 민감한 분들은 나중에 보길 바란다.

 

 

 

 

 

사실 이 영화를 알았던 것은 꽤 시간이 지나서였다. 2007년도에 오스카에서 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영화를 본 것은 2017년도 무렵. 10년이나 지나서 보게 됐다. 그냥 성장 드라마겠거니 싶었다. 아님 뻔한 가족 드라마 일려나 했다. 그치만 출연진을 자세히 보니 스티븐 카렐과 폴다노가 눈에 들어왔다. 폴 다노는 루비스팍스, 데어윌비블러드에서 정말 인상 깊게 봤다. 스티븐카렐은 오피스. 미국판 오피스가 리키 저베이스의 영국판 오피스 보다 재밌었던 것은 아마 스티븐 카렐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튼 이 둘이 나온다는 것은 일단 웃기고, 작품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거기다 오스카 까지 받았으니 대중성은 뭐 말할 것도 없을 것이고.

 

 

 

올리브의 어린이 미인 대회 출전기

 

 

 

 

영화는 올리브가 어린이 미인대회에 출전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티비에 나오는 미스아메리카의 눈부신 모습을 보면서 동경했던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대회에 출전하게 됐을 때 온 가족이 올리브를 대회장에 데려다 주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것이 이야기의 큰 틀이다.

 

그치만 가족들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아이가 원하는 것을 이뤄주기 위해 힘을 합치는 화목한 가족은 아니다. 아빠는 사람들에게 성공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강사다. 정작 본인은 성공하지 못했으면서 자신이 정한 일종의 단계를 거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렇다 할 수입도 없고 변변찮은 강의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성공을 위해선 모든 상황을 참고 견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할아버지는 마약 중독자. 어차피 늙어 죽을 몸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겠다는 생각이다. 삼촌은 자신이 최고의 프루스트 학자라 하지만 전 애인 때문에 자살 기도까지 했고, 올리브의 오빠는 파일럿을 꿈꾸며 니체를 따라 묵언 수행을 하고 있다. 여기서 그나마 제일 정상인 것은 엄마. 엄마 덕에 이 집안이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기준을 잡아주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리브를 대회장까지 데려다주는 일이 마냥 쉽지는 않다. 하나부터 끝까지 뭐든 제대로 되는게 없다. 가족들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황을 마주하게 되고 그리고 그 상황을 가볍게 무시해버린다. 나는 이 영화의 서사가 주는 힘 때문에 마음이 괴로울 때면 꾸준히 다시 보았다.

 

 

세상이 뭐라하든 너가 무엇이든

 

올리브가 미인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남들 기준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미스아메리카를 동경한 것은 화려한 조명 아래서 자신의 기량을 양껏 뽐낸 이의 당당함이다. 그래서 그럴까 어린이 미인대회에 나온 전형적인 아이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정장 차림에서 에어로빅 차림으로. 가장 편하게 자신이 준비한 춤을 맘껏 뽐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어설프게 성인의 화장과 행동을 따라한 다른 어린이들의 모습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이다. 또 그뿐일까. 다른 사람들이 올리브의 난해한 춤을 만류하려 들때 올리브를 데리고 밖에 나가기 보다는 함께 춤을 췄다. 답답하고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대회가 난장판이 된 모습에서 쾌감까지 느껴졌다.

 

 

 

 

 

 

앞에서도 말했듯 드웨인의 묵언수행은 니체를 본받아 시작된 것이었다. 하지만 올리브의 대회장으로 가는 길에 자신이 색약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울부짖는 와중에 가족들의 위로도 소용없었다. 오직 올리브의 말없는 포옹만이 드웨인의 고통을 감화 시켜줄 수 있었다. 그렇게 결국은 대회장으로 향하는 올리브네 가족들. 대회장에서 드웨인이 삼촌이랑 나눈 대화는 내게 큰 울림을 줬다.

 

"가끔 18살이 될 때까지 잠만 잤으면 할 때가 있어요. 고등학교고 뭐고 그런거 다 지날때까지요."

 

"프루스트를 알아?"

 

"삼촌이 공부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래 프랑스 사람이지 완전 루져고 진짜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어. 짝사랑만 하고 게이였고.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20년여동안 썼지만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의 작가일거야. 아무튼 그 인간은 지난 날들을 돌이켜보면서 고통받았던 시절들을 삶에서 가장 좋았던 시기라고 했어. 그게 자신을 만들었으니까. 행복한 시절에는 아무것도 배운게 없었대. 그러니까 18살까지 잠만 잔다면 그동안 잃게 될 소중한 경험들을 생각해봐 너무 아깝지 않겠어? 고등학교때 삶에서 가장 힘들때야 그보다 고통스러울 때는 없을거야."

 

"그거 알아요? 엿먹어라 이 빌어먹을 미인대회. 세상은 미인대회의 연속이에요. 고등학교 대학교 그러고는 직장 경쟁까지. 죄다 경쟁이에요. 공군사관학교? 엿이나 먹어라 그래요. 비행하고 싶다면 다른 방법도 있으니까. 남들이 열나 뭐라든 좋아하는걸 하면 돼."

 

"다시말하게 돼 기쁘다. 보기보다 멍청한 것 같지는 않네"

 

 

 

올리브가 원하는 것은 그토록 동경하던 무대에 서는 것이었다. 드웨인의 목표는 비행을 하고 싶었던 것이고 아버지의 출간계획이 무산됐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성공을 위한 수단이었지 결코 그 자체는 목적이 될 수 없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답을 알고 있지 않을까?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남을 깎아내리며 쟁취해내는 것보다 보다 올바른 목적을 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면야 충분히 가치있는 목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속에서 이뤄진 실패는 뭐 어떤가. 프루스트 말처럼 결국 내가 겪은 실패는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니체와 프루스트의 콜라보 같은 느낌이다. 니체 역시 남들이 이끄는대로 사람들이 정도라고 생각하는 방법들을 추앙하고 따르기 보다는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것을 강조했다. 나는 힘들때면 이 영화를 떠올린다. 그리고 맘속으로 속삭인다. "그러니까 뭐 어때. 내가 하고 싶은 건 할꺼고 누가 뭐라든 엿이나 먹어라 세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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